이신통을 기다리며
고향에 남은 자취
세상 속으로
백성과 나라
여향(餘響)
사람이 하늘이다
옛날 옛적에
작가의 말
[알라딘 제공]
“이야기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생겨나나,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나,
어떤 것이 남고 어떤 것이 사라지나?”
1962년 『사상계』에 「입석부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황석영이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와 함께 해온 그의 문학 인생 50년을 되돌아보면 단 한 순간도 평범했던 적은 없었다. 격동의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직면한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맞서며 주옥같은 작품을 탄생시켰던 그가 등단 50주년을 맞아 신작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를 발표한다.
황석영이 우리 식의 '이야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심해온 것은 그의 후반기 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 출옥 이후부터이다. 이전 산문의 습관들을 해체한 『오래된 정원』을 시작으로 그 뒤 연이어 발표한 『손님』, 『심청』, 『바리데기』 등에은 우리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형식과 내용 모두 지금의 현실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고심이 녹아있다.
이어 르포나 신문기사 같은 사실적 자료를 바탕으로 개발독재의 사회사를 서사적 다큐멘터리로 엮은 작품 『강남몽』과 1980년대가 배경이었지만 줄거리 자체를 현대적 민담으로 탄생시킨 작품이 『낯익은 세상』을 차례로 출간했다. 그리고 이번 『여울물 소리』는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자신을 돌아보며 19세기의 ‘이야기꾼’에 대해 집필한 자전적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미 인터넷 연재를 통해 독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여울물 소리』는 외세와 신문물이 들이치며 봉건적 신분 질서가 무너져가던 격변의 19세기를 배경으로 이야기꾼 ‘이신통’의 일생을 뒤쫓는 내용으로 동학과 증산도, 이야기꾼이라는 존재를 큰 축으로 하고 있다. '반동의 시대'였던 19세기, 이야기꾼은 작가의 복합적 주제의식을 한 몸에 실어 나르는 존재로, 작가는 이야기꾼 ‘이신통’을 통해 자신의 담론을 한바탕 펼쳐낸다.
[YES24 제공]
황석영
|||삶의 밑바닥을 형성하는 사람들의 건강한 생명력을 포착하여 민중적 전망을 추구하고자 했던 작가로 작품활동과 사회활동 모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베트남전쟁 참전 이후 74년대 들어와 본격적인 창작활동에 돌입한 그는 「객지」「한씨연대기」「삼포 가는 길」등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으며, 걸작 중단편들을 속속 발표하면서 진보적 민족문화운동의 추진자로서도 크게 활약하였다.
1943년 12월 14일 만주 장춘(長春)에서 출생하고, 8·15광복 후 귀국, 동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였다. 일제 때 말로 인텔리였던 황석영의 부모님은 북에서 월남해 내려와 영등포의 공장 지대에 정착을 했다고 한다. 한국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영등포 시장에 나가면 피난 보따리와 개인의 서재에서 쏟아져 나온 책을 책꽂이째로 노점에 내놓고 책을 빌려주는 대여점이 많이 생겼는데, 작가는 초등학교 일학년부터 그런 책들을 빌려다 보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피난 갔던 얘기를 쓴 「집에 오는 날」이라는 작문이 전국 백일장에서 장원을 했고 작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경복고등학교 재학 시, 『입석부근(立石附近)』으로 《사상계》의 신인문학상에 입선하였지만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이후 한일회담반대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를 따라 전국의 공사판을 떠돈다. 공사판과 오징어잡이배, 빵공장 등에서 일하며 떠돌다가 승려가 되기 위해 입산, 행자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후 해병대에 입대,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이때의 체험을 담은 단편소설 「탑」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다시 문학으로 돌아온다.
《창작과 비평》에 중편 「객지(客地)」(1971)가 발표되면서부터 리얼리즘에 입각한 그의 주옥같은 작품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는 노동과 생산의 문제, 부와 빈곤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고 『아우를 위하여』(1972)를 시작으로 해서, 『한씨연대기(韓氏年代記)』(1972)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1974년 7월부터 1984년 8월까지 한국일보에 연재한 『장길산』은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 이후 최대의 민중 역사소설로 불리며, 지금까지도 한국 민중의 정신사를 탁월한 역사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그는 삶의 밑바닥을 형성하는 사람들의 건강한 생명력을 포착하여 민중적 전망을 추구하고자 했던 작가이다. 1976년부터 85년사이에는 해남,광주 등지로 이주하며 민주화운동 전개하였고, 마당극을 비롯한 각종 공연활동을 통해 7,80년대 민중문화운동의 추진자로서도 활약했다. 이 시기동안 소설집 『歌客』(1978), 희곡집『장산곶매』(1980), 광주민중항쟁 기록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1985),『무기의 그늘』(1985)을 저술한다. 간척공사장에서 일했고, 구로공단에서 일당을 받으며 직공'시다'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1989년 방북하여 귀국하지 못하고 베를린예술원 초청 작가로 독일에 체류했으며 1993년 귀국하여 방북사건으로 7년형 선고받았다. 1998년 사면 석방된 이후 장편 『오래된 정원』 『손님』『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 를 발표하며 불꽃 같은 창작열을 보여주고 있다.
황석영이 소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교육열이 높았던 부모의 영향이 컸다. 일제 때 말로 인텔리였던 부모님은 북에서 월남해 내려와 영등포의 공장 지대에 정착을 했다. 주위에는 그야말로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의 아이들이나 영세민 아이들이 많았는데 모친의 그릇된 생각이었지만 그 애들과 놀지 못하게 해서 동무가 없었다고 한다. 한국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영등포 시장에 나가면 피난 보따리와 개인의 서재에서 쏟아져 나온 책을 책꽂이째로 노점에 내놓고 책을 빌려주는 대여점이 많이 생겼는데, 작가는 초등학교 일학년부터 그런 책들을 빌려다 보았다. 5,6학년 때에 대단히 수준 높은 세계 명작들을 읽을 만큼 문재(文才)가 있던 작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피난 갔던 얘기를 쓴 「집에 오는 날」이라는 작문이 전국 백일장에서 장원을 했고 처음으로 글로써 칭찬을 받게 됐다. 작가는 '작가'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이 다음에 커서 작가가 되겠다고 어머니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황석영의 어머니는 문학적 교양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당시의 어른들답게 아들이 작가가 되는 것은 원치 않았다 한다. 대신 아들이 의사가 되길 원했던 어머니는 황석영이 학교 간 뒤에 방을 검사하고 원고와 노트를 아궁이에 처넣은 적도 있었다 한다. 그러나 황석영이 한국일보에 『장길산』을 연재할 때 어머니는 아침마다 신문에서 연재란을 가위로 오려 스크랩하시는 일로 아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분단 시대, 산업화 시대의 현실을 매우 날카로운 시선으로 묘사한 이야기꾼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삶의 밑바닥을 형성하는 사람들의 건강한 생명력을 포착하여 민중적 전망을 추구하고자 했던 작가이다. 현실의 구조적인 주제들을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으로 다루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황석영의 대표작을 살펴보자. 『삼포가는 길』은 사회와 도시에서 밀려난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힘든 삶이지만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이 작품은 『La route de Sampo』라는 프랑스어판으로도 번역되었다. 제4회 만해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인 『무기의 그늘』은 전쟁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이 어떻게 인간을 타락시키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베트남전쟁을 다루면서도 전투에 초점을 맞춰 선악, 피아의 이분법적 구분을 다루기보다는 전쟁으로 형성된 암시장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을 그려 냄으로써 전쟁의 이면에 숨겨진 철저한 경제 논리와 끊임없이 부(富)만을 쫓는 피폐한 삶을 파헤친다. 또한 가장 원전에 충실한 번역이란 평을 받고 있는 황석영의 『삼국지』는 당대 기층 민중들의 소망을 바탕에 깔고 저술했다고 한다.
인터넷 연재를 통해 독자들과 부대끼며 저술한 『개밥바라기별』은 자신의 청춘의 기록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일용직 노동자와 선원으로서의 생활, 입산, 베트남전 참전에 이르는 상처를 헤집어 그 시절과 다시 대면하며 우리의 크고 작은 상처들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삼풍백화점 사건을 시작으로 하여 남한 자본주의 형성사와 오점투성이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아낸 『강남몽』은 멈출 줄 모르고 질주해온 개발시대의 욕망과 그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소설이다. 황석영은 이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냈다. 2011년에는『낯익은 세상』을 발표했다. 소비의 낙원을 구가하는 문명의 이면에 관한 소설이기도 하며 최하층 사회 속에서 형성기를 보내는 한 소년의 학습과 각성에 관한 성장소설이기도하다.
『무기의 그늘』로 만해문학상을, 『오래된 정원』으로 단재상과 이산문학상을, 『손님』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 『객지』(1974), 『북망, 멀고도 고적한 곳』(1975), 『삼포 가는 길』(1975), 『심판의 집』(1977), 『가객』(1978), 『돼지꿈』(1980), 『오래된 정원』(2000), 『손님』(2001), 『모랫말 아이들』(2001), 『심청』(2003) 등을 펴냈다. 1989년 황석영의 작품들은 해외에서도 관심을 끌어, 중국에서 『장길산』(1985), 일본에서 「객지」(1986), 『무기의 그늘』(1989), 대만에서 『황석영 소설선집』(1988)이 각각 번역·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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